|리뷰| 도가니 :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걸까?

 

 

대학시절, 1년동안 교양 강의로 수화를 배웠던 적이 있다. ㄱ, ㄴ, ㄷ.... 아빠, 엄마, 사랑해, 고마워.... 어린아이가 한글을 깨우쳐나가듯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나가던 시간. 때로는 무언가를 표현해내는 그 직관성에 놀라기도 했고, 나의 기준으로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단어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을 배워서 몇번의 시험도 치르고 했건만 지금은 너무 많은 부분을 잊어버렸다. 사용하지 않으면 입안에서 그저 맴돌고만다는 여느 언어와 다르지 않게 말이다.

 

그렇게 관심을 조금 꺼두고 살았던 수화가 소설 속 활자로 살아나 나에게 다가왔다. 그냥 살아난 것이 아니라 절박한 마음을 한껏 담아 왔더라. 책 <도가니> 안에.

 

<도가니>에는 수많은 말이 담겨있다. 반드시 누군가에게 전해져야할 말이 있고, 결국엔 아무에게도 전하지 못한 말이 있고, 어떻게든 반박해주고 싶은 말이 있고, 어쩌지 못하고 함께 눈물 흘리게 만드는 말이 있다. 이뿐이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후벼파는 말이 있는가 하면, 짧은 한마디지만 마음을 다독여주는 말도 있다. 그것이 누구를 통해 무슨 언어를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발화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말이 담은 '진실', 그것이 중요할 뿐.

 

자애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어느 재단의 특수학교. 지역 유지로 대접받는 그 학교의 리더와 그를 따르는 선생들. 그들 앞에서 그저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것만 같은,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데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 그 속에서 벌어진 차마 입에 담기도, 글로 풀어내기도 겁나는 폭력적인 일방적 가해 사건.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사실이라 믿고 싶지 않으나, 실제 있었던 일을 충실하게 담아낸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내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들은 어찌되었을까?'하는 마음에 계속 읽어나간 것 같다. 가해자는 처벌을 받았는지, 피해자는 안정을 찾았는지 궁금했던 게다.

 

책에서는 내가 책을 읽으며 가진 그 궁금증을 명쾌하게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세상은, 시간은 흘러간다'며 다만 '그 방향이 이렇다면 괜찮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 과연, 지금 이 세상은, 우리가 꿈꾸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자신있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도가니의 현실이다.

 

 

 

 



by 어른아이 | 2009/07/13 10:32 | 물들어 - 리뷰 | 트랙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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