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건,] 두렵고 고통스러워도, 하고 싶은 것

  

보통 데이트라고 하면? 영화 한편 보고, 식사도 하고, 커피나 아이스크림 앞에 두고 수다 떨고, 이 정도. 여기에 취향에 따라 뭐 다른 것들도 할 수 있기는 할 테지만, 요즘은 '이 정도'라고 말하는 것들마저도 부담될 때가 많다. 영화 값은 어느새 천원, 이천 원씩 더 비싸졌고, 블로그에서 검색한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 밥집들에 가볼라치면 저렴한 집은 거의 없다. 데이트 하기 좋은 곳마다 자리한 커피체인점들의 커피값 또한 얼마나 비싼지. 밥 두 번 먹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데이트도 하지 말까. 연애도 안하고, 사랑도 안하고?

이번 주 한겨레21 표지기사는 '88만원 세대의 슬픈 사랑'이다. 제 앞가림 할 수 있는 수입이 보장되고, 꾸준히 일하며 경력을 키워갈 수 있는, 그런 밥벌이 구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은 사랑마저 사치가 되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기사를 읽다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다.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5496.html)

그럼 정말, 낭만과 사랑은 이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걸까? 여느 때보다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 경제능력을 많이 보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부모의 덕이든, 자신의 능력 덕이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태에서 연애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둘만의 사랑으로 알콩달콩 연애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적인 부분이 풍족한 상태에서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에게 도움을 받거나 혹은 그런 것 전혀 없이 그냥 어려운 형편대로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때때로 ‘그 놈의 돈’ 문제가 속상하게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사랑을 뭉개버리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 돈 탓에 멀어질 인연 혹은 가까워질 인연이라면,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기가, 왠지 속상하지 않은가.

"내게 시련은 너의 부재뿐이야. 그 외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 태인이 이나에게
“사랑해, 당신 생이 온통 고통뿐이라 해도.......” - 이나가 태인에게
- 전경린,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마음 저미는, 가슴 설레는 사랑을 다양한 작품 속에서 변주해낸 전경린의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이 책에는 이념의 문제로, 가족에 대한 상처로, 삶의 목적에 대한 고민으로 세상과 불화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런 아픔과 방황은 끝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 느끼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고생해야 사랑의 참맛을 알게 된다는 뜻인지, 누가 뭐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더 이상 삶의 다른 것들로부터 상처받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그 까짓 것, 하고 한 마디 쏘아붙여주며 이겨내고 싶다. 사랑만 있다면, 왠지 가능할 것만 같다. 물론 살짝 겁은 난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줄 수 있는 고통도, 사랑이 주는 고통만큼 강하지는 않을 테니. “거절할 수 없는 미혹이며, 독이 퍼지는 듯한 도취이며, 백다섯 조각의 처형 같은 것일 수도 있다”(전경린, <아무곳에도 없는 남자>)는 사랑이라도, 지금, 치열하게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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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건,]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여인네가 책 속에서 발견한 사랑에 대한 통찰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쓰고 있는 소소한 수다 같은 이야기. 게으름 피우지 말고 꾸준히 써나가며 다른 사람들과 '통'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by 어른아이 | 2009/08/10 16:57 | 떠들어 - 사랑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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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소쿠리 at 2009/08/11 13:32
신경림 시인의 시가 생각나는군요.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Commented by 어른아이 at 2009/08/11 19:28
한겨레21 기사에서도 그 시를 인용했어요.

절대적 빈곤에 시달렸던 그 시절보다,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지금,
그 시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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