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날아라 펭귄 : 지금 우리 사는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지원을 받은 거라서, 임순례감독님이 혹시 너무 진지하셨을까봐서, 무겁기만 한 영화면 어쩌나 걱정했다. 이게 왠걸. 영화보는 내내 하하호호 소리내어 웃고 깔깔대다가 왔다.
 
 
영화는 사람 얘기다. 딴 세상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사는 그 사람 이야기이자 바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기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는 말이 없다. 다른 아이에 뒤처질까 고민하며 사교육에 힘을 쏟는 엄마는 회사에선 '결혼한 여자라 칼퇴근만 하는 직원'이다. 밤늦도록 회식해도 늘 모두가 함께여야 믿는다는 그 부서에 들어온 신입사원은 채식주의자라 삼겹살 회식도, 생선회 회식도 힘겹다. 또다른 신입사원은 '여자인 주제에 담배를 핀다'는 게 낙인처럼 찍힌다. 
 
 


 
하지만 기러기 아빠인지라 집에가서도 할 것이 별로 없는 그 부서의 부장님은 만날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공공의 적. 오랜만에 아내와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도, 모든 걸 낯설어하는 가족들 속 자신만 혼자다. 그의 어머니는 복지관에서 춤을 배우고 노래를 배우느라 즐겁다. 어렵게 노력하여 운전면허도 땄다. 밖으로만 도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은 늘 구박만 하다가 이혼하자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 결국 화해하게된다지만, 앞으로 노력해야할 일들이 많다.
 
근데 뭐 그리 웃기냐구? 현실의 단면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그 통쾌함에 웃음나고, 뻔히 보이는 상황을 스리슬쩍 비틀어주는 유머에 웃음나고, 그 누구나 가지고 있는유치한 속내를 은근슬쩍 내보여줘서 웃음난다. 특히 투닥거리며 싸우시던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은 압권이다!
 


물론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저렇게는 살지 말자'며 이야기하게 되곤 하였는데, '우리 이렇게 살아보자'라고 이야기할 만한 생각의 여지는 부족한 것 같아 살짝 아쉽기도 했다. 관객에게 주는 숙제인 걸까? 그래도 늘상 나는 피해자야, 라고 생각하게 되다가도 내가 가해자일 수도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게 생각의 문을 열어주는 건 정말 멋진 부분!
 

 
이 영화의 시사회를 본 곳은 서대문아트홀에 있는 드림시네마. 무려 오십년도 더 된 건물을 리뉴얼해서 만든 곳이란다. 옛스러운 극장의 면모를 보고 어린 시절 영화를 처음 보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지만, 혹시나 이 영화가 많은 상영관에서 여러 사람과 만나지 못한 채 이러한 소규모 극장에만 걸리고 말면 어쩌나 싶어 걱정되기도 하였다. 그런 면에서 조그맣게나마 입소문을 더해본다.
 
  
아, 제목이 왜 <날아라 펭귄>인지 영화 보고 나서야 알았다. 아이들과 부인을 유학보내놓고 보고싶을 때마다 가는 아빠는 독수리 아빠, 일년에 두어번 갈 수 있는 아빠는 기러기 아빠, 그저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닫릴 수밖에 없는 아빠는 펭귄 아빠란다. 그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지만 열심히 잘 살아보겠다는 펭귄 아빠를 비롯한 모든 펭귄들, 화이팅이다. 당장 나부터!

 

※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movie/bi/pop/slide.nhn?menu=movie&code=51762&pos=4 참조

 

 

 

 



by 어른아이 | 2009/09/23 10:10 | 물들어 - 리뷰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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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재미있는 인권 영화 - 날아라 펭귄
재미있는 인권 영화 - 날아라 펭귄(2009, Fly Penguyn) - 제작사 : 국가인권위원회, 보리픽처스 / 배급사 : 스튜디오 느림보 - 홈페이지 : http://www.nalala.co.kr - 감독 : 임순례 - 시간 : 110 분 - 개봉 : 2009-09-24 - 20자평 : 재미있는 인권 영화. 조금은 더 무거워도 좋았을 듯. - 추천 : 어머니 생일, 결혼 기념일 전혀 안챙기는 우리 아버지. 나중에 나이들어 아내에게 이혼 당할......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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